테드 래소 (애플 티비)
애플 티비에서 테드 래소 시즌 1과 시즌 2를 정주행했다. 축구 매니저 코미디라고 해야 할까, 미국에서 미식 축구 감독을 하다가 갑자기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 감독을 하게 되는 테드 래소의 이야기다.
코미디고 쉬운 이야기여서 시간 순삭 시리즈지만, 문화적 코드를 알면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테드 래소를 보면서 들었던 몇 가지 생각들.
1.
테드 래소(제이슨 서데이키스)의 원맨쇼에 가까운 '스탠드업 코미디' 스타일의 개그가 많지만 비어드 코치(브렌든 헌트)와의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도 좋다. 개그의 가장 큰 먹잇감은 미국과 영국의 문화 차이, 미식축구와 축구의 게임 차이 같은 것. 자동차 운전석이 반대인 것부터 시작해, 펍 문화, 스포츠 응원 문화 같은 사소한 개그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영화에 대한 농담도 자주 나오는데 영화광들이라면 디테일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2.
한국 드라마 '스토브리그' 생각이 자주 났다. 우선 기본 세팅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씨름 감독이었다가 야구 감독이 된 주인공(스토브리그), 팀에는 싸가지 없는 선수가 한 명 있고, 과묵한 선수가 한 명 있고, 주축 선수 한 명이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이적하게 되고, 구단주와는 말이 잘 통하지 않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의기투합하게 되고, 등등등. 야구 경기 장면이나 축구 경기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 않는 것도 비슷하다.
가장 큰 차이라면 '스토브리그'는 오피스 사내 정치 드라마에 가깝고 '테드 래소'는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
3.
후반으로 갈수록 심리 드라마의 성격이 짙어지는데, 끊임없이 농담만 하는 테드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웃음 뒤에 감추어진 그림자를 보여준다.(그러면서도 웃기는 걸 멈추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은 회피하는 대상, 회피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게 마련인데 테드 래소의 경우에는 농담으로 모든 걸 회피하려 한다.
4.
최근에 본 그 어떤 작품보다 강력한 빌런이 등장한다. 자세한 설명은 못하겠지만 가장 무서운 사람은 자기애가 넘쳐나는 인정 욕구 폭발자가 아닐까.
5.
보고 나면 맥주가 먹고 싶어진다. 탭하우스에서 찰랑찰랑 넘칠 듯 말 듯한 맥주의 첫 잔을 마실 때의 상쾌함이 그리워진다. 집에서 먹으면 저 맛이 안 난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