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1.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를 보았다. 영화 '어느 가족'과 마찬가지로 뜻밖의 이유로 모인 '이상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차이가 있다면 그 가족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두 명의 경찰이 있다는 점. 미행자 관찰자 시점이라고 해야 할까. 두 경찰의 존재는 영화 속에서 이질적이다. 미행하는 듯하다가 사건에 깊이 개입하고, 주인공에게 설교를 하는가 하면 사건 뒷수습까지 한다. 이상한 관찰자 시점이다.
2.
익숙한 설정과 전에 한 번쯤 본 듯한 인물들이 많다. 보육원에서 소년 시절을 보낸 청년, 아이를 버리는 엄마, 철 없이 해맑은 어린아이, 가족으로부터 배제된 중년의 남자. 익숙한 인물들이 펼치는 로드 무비인데, 예상처럼 이야기가 흘러가지는 않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치고는 해피엔딩 쪽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해피'한 게 무엇인지에 대해 곱씹게 된다. 다른 작품에 비해 쓴맛이 강하지 않아서 달콤한 작품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고.
3.
인물들은 서로에 대해 선을 넘지 않는다. 고레에다 감독이 계속 추구하는 이상한 가족의 모습. 아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성격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4.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오글거리는 장면도 꽤 있을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들려주기 때문에 관객은 피할 수 없다.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주고받는 장면이 아마도 대표적일 것 같은데, 나는 좋았다. 아마도 배우들 때문인 것 같다. 스테이크를 썰다가 졸지에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는 송강호의 어리둥절한 표정과 불을 끄러 달려가는 강동원의 소년스러운 모습과 지나치게 어른 흉내를 내지는 않지만 알 건 다 아는 임승수의 목소리와 점점 이들의 천진난만함에 스며들고 있는 이지은의 연기가 그 장면이 꼭 있어야 하는 이유를 내게 설득시켰다.
5.
영화 속에서 뜻밖에 좋았던 장면은 배두나가 남편에게 전화를 하다가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려주는 장면이다. 무뚝뚝하게 보이던 사람에게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 이 사람은 과거를 어떤 방식으로 추억하는지 잘 묘사돼 있다. 거리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은 에이미 만의 'Wise Up' 이었고, 함께 본 영화는 아마도 '매그놀리아'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