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과 아이브의 노래 After LIKE
1.
‘사랑’이라는 단어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설명하는 게 가능할까. 마음의 복잡한 풍경을 단 두 글자로 표현하는 게 가능할까.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사랑을 전달할 수는 없을까? 마치 이 세상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 처럼. 끌리는 마음, 그 이상, 좋아하는 감정, 그것보다 뭉뚱그린 덩어리, 내가 붕괴되더라도 모래 사이로 파묻혀도 그 단어를 절대 말하지 않고, 가라앉고 가라앉으면서도 사랑을 말하지 않고.
2.
“무슨 녹음이요?”
“당신 목소리요. 나한테 사랑한다고 하는.”
“내가요?”
“너무 좋아서 자꾸 들었어요.”
“내가 언제 사랑한다고 그랬어요? 언제요?”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깊은 데 빠뜨린 폰을 누군가 걷어올리면, 다시 더 깊은 곳에 빠뜨리고, 다시 집어올리면 더욱 깊은 곳에 빠뜨려서 영원히 복구가 불가능해지는 마음.
3.
아마 꿈만 같겠지만 분명 꿈이 아니야
달리 설명할 수 없는 이건 사랑일 거야
방금 내가 말한 감정 감히 의심하지 마
그냥 좋다는 게 아냐 What's after 'LIKE'?
You and I
It's more than 'LIKE'
L 다음 또 O 다음 난 yeah
You and I
It's more than 'LIKE'
What's after 'LIKE'?
What's after 'LIKE'?
……
LO 다음에 I 그 다음에 VE
여긴 너와 내 space 아무도 막지 못해
4.
달리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모두 다 사랑은 아니지만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으로 짐작할 수 있다. 감히 의심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짐작한다. 그냥 좋다는 건 분명히 아니다.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서는, 좋아하는 감정 다음으로, 파도처럼 덮치기도 하고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들기도 하는 그런 감정이 바로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짐작할 수밖에 없으니 사랑이라고 단정지어서 말할 수는 없다. 절대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꺼낼 수는 없다. 좋아하는 감정 다음에 오는 게 뭔지 알지?
5.
사랑이라는 단어가 만약에 사랑과 닮은 거라면, ‘LOVE’라는 글자처럼, 그렇게 사랑이 불어닥치는 거라면, 아마 L이 오고 나서 O가 왔을 때쯤에 나는 이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였겠지. V와 E는 느끼지도 못하고 가라앉았겠지. 나는 아마 LO와 VE 사이에 끼어서 붕괴되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