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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는 계단/영화 리뷰

공간의 낭비, 지구의 낭비

by 김중혁 2022.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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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포기란 없다! 반드시 지구로 돌아갈 것이다! NASA 아레스3탐사대는 화성을 탐사하던 중 모래폭풍을 만나고 팀원 마크 와트니가 사망했다고 판단, 그를 남기고 떠난다. 극적으로 생존한 마크 와트니는 남은 식량과 기발한 재치로 화성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으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려 노력한다. 마침내,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지구에 알리게 된 마크 와트니 NASA는 총력을 기울여 마크 와트니를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아레스 3 탐사대 또한 그를 구출하기 위해 그들만의 방법을 찾게 되는데…… 전세계가 바라는 마크 와트니의 지구 귀환! 그는 과연 살아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평점
7.4 (2015.10.08 개봉)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맷 데이먼, 제시카 차스테인, 마이클 페나, 세바스찬 스탠, 케이트 마라, 악셀 헤니, 제프 다니엘스, 치웨텔 에지오포, 크리스튼 위그, 숀 빈, 베네딕트 웡, 맥켄지 데이비스, 도널드 글로버, 닉 모하메드, 진수, 고웅, 엔조 실렌티, 조나단 아리스, 나오미 스콧, 브라이언 카스피, 마트 데베레, 소너 오로슬란, 마크 오닐, 피터 린카

 

 
콘택트
앨리 애로위는 밤마다 모르는 상대와의 교신을 기다리며 단파방송에 귀를 기울이던 소녀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신이 찾고자하는 절대적인 진리의 해답은 과학에 있다고 믿게 된 그녀는 대학에 들어가 우주의 생명체의 존재를 찾아내는 것을 궁극적 삶의 목표로 삼게 된다. 엘리는 그 방면의 연구에 매달려 일류 과학자가 되지만 그녀의 지나치게 편향적인 태도는 주위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엘리는 일주일에 몇 시간씩 위성을 통해 외계지능생물의 존재를 계속 탐색한다.
평점
9.0 (1997.11.15 개봉)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조디 포스터, 매튜 맥커너히, 제임스 우즈, 톰 스커릿, 데이비드 모스, 제프리 블레이크, 안젤라 바셋, 티모시 맥네일, 윌리엄 피츠너, 사미 체스터, 헨리 스트로지어, 지나 말론
 
인터스텔라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미래가 다가온다. 지난 20세기에 범한 잘못이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을 불러왔고, NASA도 해체되었다. 이때 시공간에 불가사의한 틈이 열리고, 남은 자들에게는 이 곳을 탐험해 인류를 구해야 하는 임무가 지워진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 한 채 인류라는 더 큰 가족을 위해, 그들은 이제 희망을 찾아 우주로 간다. 그리고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평점
8.0 (2014.11.06 개봉)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캐시 애플렉, 맥켄지 포이, 빌 어윈, 토퍼 그레이스, 맷 데이먼, 데이빗 기야시, 웨스 벤틀리, 레아 케인즈, 조시 스튜어트, 엘렌 버스틴, 존 리스고, 티모시 샬라메, 데이빗 오예로워, 콜렛 울프, 프란시스 X. 맥카티, 앤드류 보바, 윌리엄 드베인, 제프 헤프너, 레나 지오가스, 엘예스 가벨, 브룩 스미스, 러스 페가, 마크 케시미르 다이니위츠, 말론 샌더스, 그리픈 프레이저, 플로라 놀란, 리암 디킨슨

우주와 외계 생명체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한마디는 아마도 칼 세이건이 했던 말이 아닐까 싶다. 영화 <콘택트>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기도 한 문장이다.

 

“이 넓은 우주에 생명체가 인간뿐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그럴 듯한 말이다. 우리가 지구라는 별에 존재하는 것처럼, 우주 저곳에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 추측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문장에는 다분히 종교적인 태도가 서려 있기도 하다. ‘공간의 낭비’라는 표현은 우주를 창조한 존재를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우주를 만들어낸 ‘신’이 있는데, 그 ‘신’의 부모는 ‘공간의 낭비’를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매일 저녁 신을 다그친다. “신아, 이렇게 큰 우주를 만들었으면 생명체가 살 만한 곳을 더 만드는 게 좋지 않겠니? 자꾸 그렇게 낭비할 거면 우주의 크기를 좀 줄이든가….”와 같은 잔소리를 매일 밤 했을 것이다. 부모의 잔소리를 견디지 못한 신은 우주 곳곳에 생명체가 살 만한 장소를 여러 개 만들게 되고, 그 중 지구라는 푸른 별에서 인간들이 살게 되었다. 그런 상상을 하다보면 신과 가까워진 기분이 들기도 한다.

 

넓고 넓은 우주에는 낭비라는 개념이 없을지도 모른다. 우주라는 공간은 몹시 넓어서 아껴 써야 할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이 넓은 우주에 생명체가 인간뿐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라는 말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싸해진다. 누군가 거기 있다면, 크게 이름을 불러보고 싶다. 1977년 쏘아올린 우주 탐사선 ‘보이저’에 지구의 음악과 우주에 보내는 인사를 담은 ‘골든 레코드’를 싣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칼 세이건은 ‘골든 레코드’를 실어 보내면서 이런 글을 적었다.

 

“어쨌든 그들은 우리에 대해서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히 알 것이다.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열정을 품지 않은 존재라면, 그런 메시지를 담은 우주 탐사선을 다른 세상과 다른 존재에게 띄워 보낼 리 없다. 메시지가 엉뚱하게 해석될 가능성이야 얼마든지 있지만, 어쨌든 그들은 분명히 알 것이다. 우리가 희망과 인내를, 최소한 약간의 지성을, 상당한 아량을, 그리고 우주와 접촉하고자 하는 뚜렷한 열의를 지닌 종이었다는 사실을.”(<지구의 속삭임> 칼 세이건 외 지음. 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우주와 관련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역시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그들은 미래를 떠올리고, 우주와 맞닿고자 하는 열의를 지녔으며, 보이지 않는 것들을 눈으로 그려보는 사람들이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1997년작 <콘택트>는 그런 낭만적 세계관으로 가득 찬 영화다. “이 넓은 우주에 생명체가 인간뿐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라는 말에 매혹된 엘리 애로웨이(조디 포스터)는 외계 생명체를 찾는 데 자신의 전생애를 바친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엘리는 자신의 평생을 낭비해서 겨우 꿈 하나를 건진 셈이다. 엘리의 삶은 과연 낭비된 것일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 역시 낭비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게 등장한다.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허황된 꿈을 지닌 사람들이다. 어린 머피(제시카 차스테인)가 아버지 쿠퍼(매튜 매커너히)에게 묻는다. 책상 위의 책들이 떨어지고, 이상한 일들이 주변에서 자꾸 일어난다고, 그런 현상을 ‘폴터 가이스트 현상’이라고 부른다는데 그게 뭐냐고 묻는다. 아빠는 단순하게 대답한다. “과학적으로, 그런 건 없어.” 머피는 물러서지 않는다. 당돌하게 다시 묻는다.

“과학은 모르는 걸 인정하는 거랬잖아요.”

 

이미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우주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모르는 걸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우주선을 만들고, 목숨을 걸고 대기권 밖으로 날아갈 것이다. 그들은 한 단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유쾌한 식물학자의 화성생존기를 다룬 영화 <마션>에서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자신의 생존법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이 말이 우주를 꿈꾸고 다른 차원을 상상하는 과학자들의 마음처럼 느껴졌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리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러다보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있는데, 우주선 개발에 돈을 쓰는 건 엄청난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외계 생명체를 찾아 나서고, 닿을지 알 수 없는 우주 공간에 지구의 음악을 쏘아올리는 건 무모한 이상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칼 세이건의 말을 조금 비틀어서 말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꿈꾸는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히 크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이 상상할 수 있고,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그토록 뛰어난 가능성의 인간들이 좁은 영토를 빼앗기 위한 전쟁에만 몰두하는 것이야말로 엄청난 낭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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