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글이라는 도구/글 쓰는 새벽2 보풀들의 세계 나는 뉴욕에 가본 적이 없다. 싱가포르에도 가본 적이 없다. 럼주를 좋아하지 않는다. 럼주는 내게 종교 음악 같다. 2미터 길이의 책상에서 글을 쓴다. 2미터 길이의 책상은 정확히 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하나의 구역은 각각 50센티미터이다. 왼쪽에는 연필과 종이를 쌓아두고, 오른쪽에는 마실 것을 늘어놓는다. 가운데에는 노트북 컴퓨터가 있다. 낮에는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물을 마신다. 나는 런던에 가본 적이 있다. 런던의 날씨를 사랑한다. 파리에도 가본 적이 있지만, 런던의 날씨만큼 음습하지는 않았다. 뼛속 깊이 파고드는 습기와 함께 오후의 차를 마시고 나면 저녁이 찾아왔다. 책상의 맞은편에는 기타가 놓여 있다. 기타를 바라보면서 내가 연주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나는 기타를 칠 줄 알지만 상상 .. 2022. 9. 18. 2011 대구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무려 10년 전에 쓴 글) 텔레비전으로 육상 보는 걸 좋아하지만 시합 장면보다 시합 준비 장면을 더 좋아한다. 맥주 한 캔 들고 앉아서 긴장감 넘치는 트랙과 필드 보는 걸 좋아한다. 선수들이 쭈그려 앉아 신발끈 매는 장면 보는 걸 좋아하고, 긴장을 풀기 위해 숨을 깊이 들이마실 때 부풀어오르는 가슴 보는 걸 좋아하고, 출발 직전의 스타트 라인에 서서 뻐근한 목과 팔을 휘휘 돌리는 장면을 좋아한다. 육상의 묘미는 역시 출발 직전의 긴장감이지! (아무렴!) 100미터 달리기 경기는 10초 이내에 끝나고, 포환을 아무리 멀리 던져도 허공에서 1분 이상 머물 수는 없다. 육상경기는 준비 장면과 시합 장면과 환호 장면을 모두 합한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육상경기 중계는 하이라이트로도 충분하다. 뭐하러 경기를 다.. 2022. 9. 18. 이전 1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