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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는 계단/영화 리뷰

직장 상사에게 타란티노를 추천하자

by 김중혁 2022.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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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의 개들
"라이크 어 버진"이 어떤 노래인지 알아? 바로 물건 큰 남자와 관계하는 여자에 대한 노래야....동부 LA의 어느날. 폐허의 텅빈 창고 안. 대규모 보석 강도를 위해 서로를 전혀 모르는 6명의 프로갱들이 한곳에 모인다. 이들을 한곳에 불러 모은 장본인은 프로패셔널 도둑인 죠 캐봇과 그의 아들 나이스 가이 에디...다이아몬드 도매상을 강탈하는 보석강도의 전 과정을 지휘하는 이 두 사람은 6명의 갱들에게 각각의 가명을 지정한다. 미스터 화이트, 미스터 오렌지, 미스터 핑크, 미스터 블론드, 미스터 블루, 미스터 브라운. 서로의 신분을 노출시킬 어떠한 정보 교환도 하지 말 것을 지시한다. 피로 뒤범벅이 된 보석 강도의 현장. 죠 캐봇과 에디가 지정한 장소에서 지정한 방법으로 거사에 대성공한 갱들은 그들 앞으로 돌아올 거액을 꿈구며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나 환호성은 잠시, 그들의 강도짓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문밖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을 발견한 그들은 경악하는데...
평점
8.0 (1996.03.23 개봉)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하비 케이틀, 팀 로스, 마이클 매드슨, 스티브 부세미, 쿠엔틴 타란티노, 크리스 펜, 로렌스 티어니, 랜디 브룩스, 커크 발츠, 에드워드 벙커, 스티븐 라이트, 리치 터너, 데이빗 스틴
 
펄프 픽션
어느 식당에서 두 남녀가 손님을 강탈하는 장면으로부터 영화가 시작된다. 암스테르담에서 돌아온 빈센트는 갱단두목 마르셀러스의 금가방을 찾기 위하여 쥴스와 함께 다른 갱이 사는 집으로 찾아 간다. 마르셀러스를 속인 자들을 살해하는 그들. 쥴스는 사람을 죽일 때 성경 구절을 암송하는 괴상한 짓을 한다. 두목인 마르셀러스의 정부를 하룻밤 동안 돌보게 된 빈센트. 제멋대로인데다가 마약중독자인 그녀때문에 진땀빼는 모험을 하게 된다. 마약을 과용한 그녀는 사경을 헤메는데...버치는 마르셀러스 밑에서 사기 권투를 업으로 삼고 있는 떨거지 복서. 어느날 조직을 배신하고 애인과 함께 돈을 챙겨 달아나지만 집에 아버지의 유산인 시계를 두고 온 사실을 알고 다시 돌아간다. 그 시계는 월남전에서 포로로 붙잡힌 그의 아버지가 베트공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수 년 동안 자기 항문 속에 숨겨놓았던 것이었다. 프로 갱을 털겠다고 덤벼든 풋나기 강도 펌프킨과 허니버니 커플은 그만 유혈 낭자한 살인극에 휘말리게 되는데...
평점
8.4 (1994.09.10 개봉)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존 트라볼타, 사무엘 L. 잭슨, 우마 서먼, 브루스 윌리스, 빙 레임스, 하비 케이틀, 팀 로스, 아만다 플러머, 마리아 드 메데이로스, 에릭 스톨츠, 로잔나 아퀘트, 크리스토퍼 월켄, 폴 칼데론, 브로나 갈라퍼, 피터 그린, 스테판 히버트, 안젤라 존스, 필 라마르, 로버트 루드, 줄리아 스위니, 쿠엔틴 타란티노, 프랭크 월리, 듀안 휘테커, 스티브 부세미, 조셉 필라토, 버 스티어스, 로라 러블레이스, 마이클 길든, 수잔 그리피스, 에릭 클라크, 브래드 파커, 로렌스 벤더, 리치 터너, 돈 블레이클리, 알렉시스 아퀘트, 카렌 마루야마, 브렌다 힐하우스, 베네시아 발렌티노, 린다 케이, 칼 앨렌, 캐시 그리핀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받은 만큼 돌려준다! 가장 쿨한 녀석들의 통쾌한 복수가 시작된다! 복수를 위해 뭉친 거친 녀석들이 온다! 독일이 전세계를 위험에 빠뜨린 2차 세계 대전 시기, 나치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태에 분개한 미군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피트)는 ‘당한 만큼 돌려준다!’ 라는 강렬한 신념으로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8명의 대원을 모아 ‘개떼들’이란 군단을 만들고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에 잠입해 당한 것에 몇 배에 달하는 복수를 시작한다. 지상최대의 통쾌한 작전이 시작된다! 그들의 명성이 점점 거세지며 ‘개떼들’이란 이름만으로도 나치군이 두려움에 떨게 되던 어느 날, 알도 레인 중위는 독일의 여배우이자 동시에 영국의 더블 스파이인 브리짓(다이앤 크루거)에게 뜻밖의 소식을 듣는다. 나치의 수뇌부가 모두 참석하는 독일 전쟁 영화의 프리미어가 파리에서 열린다는 것. 그리고 이 프리미어에 바로 ‘히틀러’도 참석을 한다는 것이다! 한 번에 나치를 모두 쓸어버릴 계획으로 ‘개떼들’은 이탈리아 영화 관계자로 분장해 극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 곳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비밀 임무가 준비되고 있었는데…
평점
7.8 (2009.10.28 개봉)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브래드 피트, 다이앤 크루거, 크리스토프 왈츠, 멜라니 로랑, 일라이 로스, 틸 슈바이거, 마이클 패스벤더, 다니엘 브륄, 게데온 부르크하르트, 재키 이도, 비제이 노박, 오마르 둠, 오거스트 디엘, 데니스 메노체트, 실베스터 그로트, 마르틴 부트케, 마이크 마이어스, 줄리 드레이퍼스, 리처드 새뮤얼, 로드 테일러, 존케 뫼링, 샘 레빈, 폴 러스트, 마이클 바콜, 아른트 슈베링-손레이, 켄 듀큰, 크리스티안 베르켈, 레아 세두, 루드거 피스토어, 야나 팔라스케, 안드레 펜번, 버디 조 후커, 윌프리트 호흐홀딩어, 보 스벤슨, 엔조 G. 카스텔라리, 제바스티안 훌크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첫 번째 영화 <저수지의 개들>을 보던 날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영화는 남자들의 수다로 시작한다. 한 남자가 마돈나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돈나의 노래 ‘라이크 어 버진’이 ‘무조건 큰 걸 밝히는’ 여자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곧바로 다른 남자의 반론이 이어진다. ‘그 노래는 상처받기 쉬운 여자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트루 블루’ ‘보더라인’ ‘파파 돈 프레치’…, 남자들은 마돈나의 노래들을 하나씩 거론하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간다. 화제는 식당의 종업원들에게 줘야 할 팁으로 넘어간다. 한 남자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절대 팁을 낼 수 없어. 내가 커피를 시킨 후로 세 번밖에 리필을 해주지 않았어. 그 시간 동안 여섯 번은 채워줬어야지.” 어떤 남자는 동조하고, 어떤 남자는 비웃는다. 영화의 내용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 같은 대화가 7분 가까이 이어진다. <저수지의 개들>을 처음 보았을 때, 오프닝의 비효율에 놀랐다. 일반적으로, 영화의 오프닝은 주인공을 멋지게 등장시키거나 주제를 압축한 장면을 보여주거나 사건의 긴박한 순간을 보여주는 데 이용한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오프닝 장면으로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오직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야기를 경험할 때 어떤 이야기는 실제 시간보다 짧게, 어떤 이야기는 실제 시간보다 길게 느낀다.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해서 무조건 짧게 느끼는 건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언제 이야기를 지겨워하는지 생각해보자. 말하는 사람이 오랫동안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시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시간을 측량해야 이야기에 들일 집중력을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길 때 우리는 시계를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절대 시계를 들여다보게 하지 않는 것. 세상에서 그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아마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일 것이다.

 

<저수지의 개들>의 오프닝에 등장한 대화가 잡담일 뿐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다음 오프닝을 다시 볼 때 거기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다. 인물의 관계, 사건의 비밀이 대수롭지 않은 대화 속에 모두 들어 있다. 중요한 대화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므로, 당연히 우리가 놓친 장면이 있을 것이고, 우리는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작품 <펄프픽션> 역시 식당에서 영화가 시작되고 장황한 대사가 끝없이 이어진다. 주인공들은 살인에 앞서 성경을 읊어대거나 항문에 시계를 넣었던 이야기를 길게 이야기한다. <펄프픽션>은 장면과 장면이 이어지는 영화라기보다 대사와 대사가 이어지는 영화다.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영화 <펄프픽션>이 오디오북으로 나와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액션은 짧고 간결하게, 이야기는 최대한 수다스럽고 흥미롭게 만드는 것이 타란티노의 방식이다. 활을 쏠 때와 마찬가지다. 천천히 당기고, 순식간에 놓는다.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의 지하 맥주집 장면은 타란티노의 대사가 얼마나 사람을 숨죽이게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아군과 적군이 뒤엉킨 맥주집에서 타란티노는 최대한 대화를 늘인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여러 상황들이 이어진다. 대화는 무려 20분 동안 계속된다. 우리는 조마조마하며 대화를 듣게 된다. 상황이 종결되는 총격전은 고작 15초다. 주인공이 총격전 직전에 내뱉는 말은 유머러스하면서도 비장하다. “스카치를 낭비하는 놈은 지옥에 가. 곧 죽을 거 한잔 해야겠군.”

 

<장고-분노의 추격자> 역시 명대사들의 전시회장이지만 그중 압권은 캘빈 캔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닥터 킹 슐츠(크리스토프 왈츠)의 마지막 대화 장면이다. 모든 흥정이 끝난 줄 알았는데 갑자기 캘빈 캔디가 악수를 청하며 이렇게 말한다. “미시시피에서는 악수를 해야만 거래가 끝나는 거요.” 닥터 킹 슐츠는 악수할 마음이 없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외친다. “그냥 악수해버려.”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미는 한 사람과 그걸 거절하는 한 사람의 대화를 이렇게 살 떨리게 쓸 수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 몇 명이나 될까.

 

너를 죽여버리고 말겠다거나, 반드시 피의 복수를 하겠다거나,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처럼 긴장감 없는 대사가 없다. 실제 삶에서 그 말을 들었다면 오금이 저리겠지만 영화 속에서 그런 대사들은 하품을 유발할 뿐이다. 나 역시 타란티노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법을 계속 배우고 있는 중이다. 전에 말하지 않던 방식으로 말하기. 중요한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은 듯 말하기. 긴 이야기는 짧게 말하고, 짧은 이야기는 길게 말하기. 상대방이 짐작하지 못할 때 이야기를 끊어버리기.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기. 소설가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타란티노의 영화를 꼭 봐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긴 이야기를 더욱 길게 하고, 지루한 이야기를 더욱 지루하게 설명하는 우리의 상사들에게 타란티노 영화를 추천해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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