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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영화 '레이버 데이'는 탈옥수와 그를 숨겨주다가 사랑에 빠지게 된 싱글맘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험상궂게 보였던 남자의 모습은 시간이 갈수록 달콤해지고, 못하는 일이 없다. 집 안에서 삐걱거리는 곳을 수리해주고, 고장난 자동차를 정비해주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아이와 함께 캐치볼도 한다. 일종의 이상적인 아버지-남편의 모습.
영화 후반부에 아델(케이트 윈슬렛)이 침대에 앉아서 계속 읽는 책은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의 책 '조화로운 삶'이다. 이렇게 중얼거린다.
“이 둘이 가진 거라곤 서로밖에 없었던 거야. 그걸로 충분했던 거지.”
조이스 메이나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작품인데, 원작에도 '조화로운 삶'에 대한 언급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조화로운 삶'은 아델이 꿈꾸는 이상적인 미래에 가까울 것이다. 헬렌 니어링, 스콧 니어링 부부는 일 년 중 여섯 달 동안 일했고, 나머지 여섯 달은 연구, 여행, 대화, 글쓰기를 하면서 보냈다. 제이슨 라이트먼의 다른 작품에 비해 영화는 심심하다. '주노', '인디 에어', '영 어덜트' 같은 작품을 떠올리면 무엇보다 대화의 재미가 덜하다. 아주 진득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탓에, 프랭크(조쉬 브롤린)라는 묵직한 남자 캐릭터를 제대로 그리기 위해 절제에 절제를 거듭한 것 같다. 이야기는 스릴 넘치고, 가슴을 계속 졸이게 만들지만,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영화 중에서 최고의 해피엔딩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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